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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규의 진심을 말하다

[영상] 저는 부끄러운 노동운동가였습니다

6월 18일 상공회의소 앞에서 진행된 양경규 후보의 복직 촉구 결의대회가 있었습니다. 이날 양 후보의 발언 전문과 영상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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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 다시 묶으며 오늘 이자리에 올라왔습니다.


지난 32년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열심히 싸웠고, 반드시 복직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솔직히 말하면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저는 사회적 불평등이 그야말로 끝까지 간 이 세상을 바꿔내지 못했습니다. 비정규직이 천만이 넘어서는 것을 바꿔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저는 여러분의 힘을 모아 복직시키자는 말을 들을 자격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가 230만명입니다. 4차산업혁명으로 노동이 소멸되는 세상에서 더 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양산될 수 밖에 없는 세상 앞에 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는 지난 32년동안 세계 170개국이 비준한 ILO핵심협약조차도 비준시켜내지 못한 부끄러운 노동운동가였습니다. 저는 어쩌면 아직도 복직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여서 여전히 거리에서 투쟁을 더 해야만 하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지난 32년 동안, 때로는 연맹 위원장이라는 견장을 차고 투쟁하면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수많은 해고노동자를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저이고, 그 동지들이 아직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제가 정말 복직투쟁을 하는 것이 맞는가 정년 20여일을 남겨두고 자문하게 됩니다.

 

지난 수십년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봐야했습니다. 그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것도 저였고, 그 시절 거리에서 보냈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이 노동해방의 세상에 살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 저는 부끄럽기만한 것이 오늘의 심정입니다. 이런 사람을 위해서 복직하라고 이렇게 모여주신 동지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 먼 세월, 그 긴 세월 동안 함께해주신 동지 여러분께 정말 무엇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동지의 연대를 함께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년 20일을 앞두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정년을 반드시 거리에서 맞이하는 것이 지난 세월에 대한 저의 예의이며, 지금도 투쟁하는 동지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뻣뻣하게 앉아서 그렇게 정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왔던 세월처럼 여러분들이 버텼던 시간처럼 거리에서 투쟁하다 정년을 맞는 것이, 그것이 나의 역할이고 나의 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싸움을 오늘 여러분과 함께 천막농성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단순히 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싸우는 동지들과 함께 여전히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해 고생하고 수고하는 모든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그저 저 빌딩으로 들어가는, 그래서 어느 책상에 앉게 되는 그런 복직이 아니라, 노동이 해방된 세상으로 모두가 복직하길 원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년 20일을 앞두고 여러분과 함께 그 싸움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세월, 여러분에게 빚진 것이 너무도 많은 시간입니다. 저는 제 삶이 어디까지 가든지 간에 한국사회 변화와 우리 노동운동을 위해, 또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동지 여러분, 오늘 투쟁을 다시 시작합니다. 이 투쟁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지 간에 저는 이 투쟁이 갖는 의미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면서 우리가 싸워온 민주노조운동, 그리고 우리의 삶이, 여러분의 투쟁과 함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동지들, 반드시 복직합시다. 동지들, 해방 세상으로 함께 복직할 수 있는 그런 투쟁, 끝까지 굴하지 않고 함께 해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