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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규와 함께 걷는 사람들

[양경규와 함께 걷는 사람들 - 10] 장석준 <신자유주의의 탄생> 저자

 

양경규 후보의 비전이 우리 시대에 대한

적절한 진단이며 올바른 방향 제시라 생각합니다.

 

 

장석준 (구로 당원, <신자유주의의 탄생> 저자)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요동치고 있습니다. 금융 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나라들에서는 기존 주류 정당 대신 비주류 세력이 바람을 일으킵니다. 신자유주의가 벽에 부딪히자 과학기술 혁신에 가속도가 붙는가 하면 미국과 중국이 협력의 가면을 벗어 던진 채 서로 으르렁댑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끌벅적한 장면도 기후 변화 앞에서는 헛된 장난 같아 보입니다. 최근 서유럽 초여름 기온이 45도를 넘어섰습니다. 우리도 작년에 한 달 가까이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신음했습니다. 뜻 있는 이들은 자본주의가 이대로 가다가는 다른 종들뿐만 아니라 인류도 멸종하리라 경고합니다. 하지만 정작 기득권자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답답한 마음에 10대 청소년들만 거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전환기입니다. 이런 전환기일수록 가장 먼저 정신 차리고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게 진보정당의 몫입니다. 이런 책임을 지자고 만든 정당이 바로 정의당입니다.

 

돌아보면 우리 진보정당운동은 이런 역사적 책무에 나름 진지하게 임해왔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대에 민주노동당은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 외치며 당대의 주류에 역행했습니다. 시장지상주의가 과거의 낡은 것 취급하던 복지국가가 오히려 미래 대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외쳤고, 무상급식을 실천했습니다. 덕분에 공상가라는 핀잔이나 현실을 모른다는 훈수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이런 목소리가 있었기에 한국 사회는 시대 변화에 조금은 더 기민하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와 함께 신자유주의가 더 이상 세계인의 교과서 행세를 할 수 없게 되자 우리 사회에서는 복지국가 담론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무상급식이 화제가 되더니 보편 복지가 화두가 됐습니다. 급기야는 양대 보수정당도 복지 확대 기조를 일정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제대로 실행은 안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진보정당이 있는 한국 사회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대중의 삶에 유익함을 어느 정도 증명한 셈입니다. 진보정당운동이 다른 정치 세력보다 한 발자국 앞서 미래를 가리키고 미래를 불러내며 미래를 앞당기려 노력한 결과입니다. 이제 우리가 맞이한 혼돈과 전환의 시대에도 우리 진보정당운동은 이런 역사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번 정의당 대표 선거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양경규 후보는 정의당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시대 정신으로 민주적 사회주의를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자본주의 자체가 벽에 부딪혔으며 진보정당은 이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왕에 정의당이 강조해온 복지국가 건설뿐만 아니라 자본 권력을 해체하고 녹색 탈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제까지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양경규 후보의 비전이 우리 시대에 대한 적절한 진단이며 올바른 방향 제시라 생각합니다. 마치 2000년대에 민주노동당이 그랬던 것처럼 2020년대를 앞둔 한국 사회에서 정의당이 떠맡아야 할 역사적 책무를 제대로 짚었다 봅니다. 그래서 양경규 후보를 지지합니다.

 

그러고 보니 20여 년 전,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때의 양경규 후보가 떠오릅니다. 진보정당에 대한 노동조합운동의 관심이 여전히 미지근하기만 하던 그때에 양경규 후보는 2000년에 기어코 민주노동당이 출범할 수 있도록 묵묵히 앞장서 길을 열어가던 노동운동가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오랫동안 진보정당보다는 노동조합운동 쪽에 더 무게를 두며 활동한 게 조금은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역할이 다시 한 번 더 절실해진 이 혼돈과 전환의 시대에 20여 년의 연륜을 더한 그가 민주적 사회주의를 외치며 앞서서 나가니 그런 섭섭함이 오히려 몇 배의 반가움으로 돌아옵니다. 진보정당의 첫 싹을 틔우는 데 능력과 열정을 쏟아 부었던 그가 진보정당운동의 새 단계를 여는 데도 혼신의 힘을 다하리라 믿습니다.

 

다른 많은 분들도 말씀하시지만, 저도 이번 우리 당 대표 선거를 보며 문득 진보 정치가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흥미는 더하고 폭은 넓어지며 진지함은 더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심상정만이 아니라 양경규도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앞으로 우리 일상의 정치도 그러하길 바랍니다.